처음 마음을 잊지 말자 / 법정스님(2009.4)

경전에 ‘처음 발심할 때 곧 깨달음을 이룬다’는 말이 있다. 한 생각 일으켰을 때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초심(初心)을 지키라고 당부한 것이다.

지금 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도 우연한 일 같지만 그 한 생각을 일으켜 자기 짝을 만나 살아오고 있다. 처음에는 그 사람이 없으면 못살 것처럼 여기던 사이도, 풍진 세상을 살아오면서 그 처음 마음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범속하고 시들한 일상인으로 주저앉고 만다. 참고 견디면서 잘 살다가도 처음 마음을 까맣게 잊은 채 때로는 서로 미워하며 갈라서기도 한다.

자신이 살던 집을 등지고 부모 형제와 친지들을 떠나 출가 수행자의 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도, 어디서 누가 부르거나 기다리지도 않는데 한 생각을 일으켜 새 길을 찾는다.

그러나 안이한 일상에 젖으면 간절했던 처음 마음을 망각한 채 자신이 무엇 때문에 출가 수행자의 길에 들어섰는지 알 수 없는 행동거지가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하고 많은 길을 두고 어째서 하필이면 출가 수행자의 길에 들어섰는지 스스로 묻는 일조차 없다.

그 어떤 종파를 가릴 것 없이 수행자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처지를 순간순간 살피지 않으면 그 누가 됐건 세속사에 물들고 만다.

내가 즐겨 외는 휴정선사의 가르침이 있다.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 편하고 한가함을 구해서가 아니고,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고 한 것도 아니며, 명예와 재물을 얻으려는 것도 아니다. 생사를 면하려는 것이며, 번뇌를 끊고 부처님의 지혜를 이으려는 것이며, 삼계의 고뇌에서 뛰쳐나와 수많은 이웃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이와 같은 간절한 법문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수행자로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가정을 이루고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인연으로였건 간에 처음 절이나 교회를 찾아갈 때의 간절하고 조심스런 그 초심이 신앙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에 눈과 귀를 팔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빛이 바랜다.

신앙생활을 한 마디로 하자면 몸과 말과 생각, 이 세 가지를 맑히는 일이다. 몸으로 하는 행동과 입으로 쏟아내는 말과 마음속으로 하는 이런저런 생각 등이 자신의 업을 맑히기도 하고 흐리게도 한다.

저마다 자신의 현재 처지를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한다. 처음 절이나 교회를 찾을 때의 그 간절한 생각과 염원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지를.

그동안 쓸데없는 세속사에 눈과 귀를 팔고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절에 오래 다닌다는 사람들 중에는 간혹 절이 무엇 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사람보다 훨씬 그 믿음의 질이 낮은 수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초심을 잊어버린 채 자신의 신앙생활이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팔려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게도 득이 되지 않고, 듣는 쪽에서도 득이 되지 않으며, 그 말을 전해 듣는 제삼자에게도 전혀 득이 되지 않는 말을 참지 못하고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입이 재앙의 문’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는가. 말은 보고 듣는 대로 쏟아내지 말고 믿음의 채로 걸러서 이로운 말만을 내보내야 한다. 이 또한 업을 맑히는 수행이다.

이 환절기에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야 우리 앞에 진정한 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