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강설(11) 깨달음에는 상이 없다.

덕조德祖/조계총림 송광사 승가대학장

一相無相分 第九 일상무상분 제구

須菩提수보리 於意云何어의운하 須陀洹수다원 能作是念능작시념 我得須陀洹果不아득수다원과부 須菩提言수보리언 不也불야 世尊세존 何以故하이고 須陀洹수다원 名爲入流명위입류 而無所入이무소입 不入色聲香味觸法불입색성향미촉법 是名須陀洹시명수다원 須菩提수보리 於意云何어의운하 斯陀含사다함 能作是念능작시념 我得斯陀含果不아득사다함과부 須菩提言수보리언 不也불야 世尊세존 何以故하이고 斯陀含사다함 名一往來명일왕래 而實無往來이실무왕래 是名斯陀含시명사다함 須菩提수보리 於意云何어의운하 阿那含아나함 能作是念능작시념 我得阿那含果不아득아나함과부 須菩提言수보리언 不也불야 世尊세존 何以故하이고 阿那含아나함 名爲不來명위불래 而實無不來이실무불래 是故시고 名阿那含명아나함 須菩提수보리 於意云何어의운하 阿羅漢아라한 能作是念능작시념 我得阿羅漢道不아득아라한도부 須菩提言수보리언 不也불야 世尊세존 何以故하이고 實無有法실무유법 名阿羅漢명아라한 世尊세존 若阿羅漢약아라한 作是念작시념 我得阿羅漢道아득아라한도 卽爲着我人衆生壽者즉위착아인중생수자 世尊세존 佛說我得無諍三昧人中불설아득무쟁삼매인중 最爲第一최위제일 是第一離欲阿羅漢시제일이욕아라한 世尊세존 我不作是念아부작시념 我是離欲阿羅漢아시이욕아라한 世尊세존 我若作是念아약작시념 我得阿羅漢道아득아라한도 世尊세존 卽不說須菩提즉불설수보리 是樂阿蘭那行者시요아란나행자 以須菩提이수보리 實無所行실무소행 而名須菩提이명수보리 是樂阿蘭那行시요아란나행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다원이 생각하기를‘나는 수다원과를 증득했다’고 하겠느냐?”
수보리가 여쭈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수다원은 이름이 성인의 흐름에 들어갔다는 말이며, 실은 들어간 것이 아니며 형상, 소리, 냄새, 맛, 감촉, 마음의 대상에 든 것도 아니기에 이름을 수다원이라 하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다함이 생각하기를 ‘나는 사다함과를 증득했다’고 하겠느냐” 수보리가 여쭈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사다함은 한번 갔다 온다는 말이지만 실은 가고 옴이 없는 것을 이름이 사다함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아나함이 생각하기를 ‘내가 아나함과를 증득했다’고 하겠느냐. 수보리가 여쭈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아나함은 오지 않는다는 말이지만 실은 오지 않는 것도 없사오니 그래서 이름을 아나함이라 하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라한이 생각하기를 ‘내가 아라한도를 증득했다’고 하겠느냐” 수보리가 여쭈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실로 어떠한 법도 없는 것을 아라한이라 이름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아라한이 생각하기를‘내가 아라한도를 증득했다’ 하면 곧 ‘나라는 생각’, ‘너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오래 산다는 생각’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제가 ‘다툼 없는 삼매를 얻은 사람 가운데 가장 제일이라’이라는 말씀 하셨으나 이것이 첫째가는 욕심 없는 아라한이지만, 세존이시여, 저는‘내가 욕심을 여읜 아라한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일 아라한도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면 세존께서는 수보리에게 아란나 행을 좋아하는 자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을 것이지만 실은 수보리가 행함이 없기 때문에 수보리는‘아란나 행을 좋아한다.’고 이름 하셨습니다.

第九 一相無相分 – 깨달음에는 상이 없다.

일상(一相)이란 물질과 정신이 하나가 됐다는 뜻입니다. 부처님과 중생이 하나이고, 너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가 된 모양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가 되었을 때 상(相)이 없습니다. 그러나 상이 없다고 하지만 모양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상이 있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보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고, 객관을 떠나 본질적으로 보면 텅 비어 무상(無相)입니다. 무상은 근본 불성(佛性)의 자리입니다. 불성을 지닌 우리들이 부처가 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하나의 상 때문입니다. 그 상을 벗어나면 무상입니다.
다시 말해 무상(無相)이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란 말이 아니고, 마음이 객관적 상대를 두지 않는 상태입니다.
또 일상(一相)이란 구공지경(俱空地境)을 말하는데, 우리는 잠시 동안 많은 생각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니 이것은 일상이 아니라 다상(多相)이고 복잡상(複雜相)입니다. 이런 번뇌 망상이 아공(我空)이 되고, 법공(法空)이 되서 공했다는 생각까지 다 놓아 버리어 구공(俱空)이 된 것을 일상(一相)이라 합니다.
일상은 하나의 모습이지만 결국 그 일체상을 다 떠나서 범소유상이 개시허망(凡所有相 皆是虛妄)하니 약견제상비상즉견여래(若見諸相非相卽見如來)해서 그 상을 다 초월하고 있는 것이 일상(一相)이고, 무상(無相)이 됩니다.

< 본문>須菩提수보리 於意云何어의운하 須陀洹수다원 能作是念능작시념 我得須陀洹果不아득수다원과부 須菩提言수보리언 不也불야 世尊세존 何以故하이고 須陀洹수다원 名爲入流명위입류 而無所入이무소입 不入色聲香味觸法불입색성향미촉법 是名須陀洹시명수다원
< 해석>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다원이 생각하기를‘나는 수다원과를 증득했다’고 하겠느냐?”
수보리가 여쭈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수다원은 이름이 성인의 흐름에 들어갔다는 말이지 실은 들어간 것이 아니며 형상, 소리, 냄새, 맛, 감촉, 마음의 대상에 든 것도 아니기에 이름을 수다원이라 하기 때문입니다.”
< 강설> 금강경에서 깨달음의 과정을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의 네 가지(四果)로 나눴습니다. 그 첫 번째 과위인 수다원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수다원’의 뜻은 입류(入流) 즉, 흐름에 들어간다는 말입니다. 류(流)는 깨달음, 해탈, 열반을 의미하고 성인의 세계에 들어섰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수보리존자께서 대답하시기를‘수다원이 성인의 종류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들어간 데는 없사옵니다.(須陀洹 名爲入流 而無所入)’라고 여쭈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들어간 것이 없습니다.(而無所入)에서 들어갔으면 들어간 것이고 안 들어갔으면 안 들어간 것이지 들어갔는데 들어간 것 없다 그러니 말이 안 됩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중생은 상(相)으로 살아가고, 도인은 무상(無相)으로 살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형상, 소리, 냄새, 맛, 감촉, 마음의 대상에 속고, 형상, 소리, 냄새, 맛, 감촉, 마음의 대상에 집착하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고통을 만들어 갑니다. 그러나 형상, 소리, 냄새, 맛, 감촉, 마음의 대상에 집착하지 않으면 해도 하는 바가 없고, 스쳐가는 바람처럼 머무는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들어간 것이 없습니다.(而無所入) 이렇듯 수다원은 그 어디에도 집착하고 머무름이 없어야 합니다. 그저 흐를 뿐 잠시도 어디에 머무르면 대상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래서 그 어떤 대상에도 집착하거나 안주하지 않아야 합니다. 만약 색성향비촉법에 머무르면 즉 형상과 소리, 냄새, 맛, 감촉, 마음의 대상을 만납니다. 그 감각기관이 좋고, 그저 그런 느낌이 일어나고, 그 느낌으로 인해 애욕과 집착을 불러옵니다. 그것이 곧 괴로움이고 집착하여 머무는 것은 모든 괴로움의 뿌리가 됩니다. 그러므로 수다원과를 증득하면 그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저 흐를 뿐, 잠시도 멈추는 일이 없습니다. 수다원은 형상에 들지 않고, 소리나 냄새, 맛, 감촉, 마음의 대상 그 어디에도 들지 않습니다. 그 어디에도 머물지 않습니다. 그저 인연 따라 나타날 뿐 거기에 물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객관세계인 색성향미촉법에 끄달림이 없어 수다원은 ‘형상에 들지 않았으며, 소리, 냄새, 맛, 감촉, 마음의 대상에 든 것도 아니기에 수다원이라 이름 한다’고 합니다. 이 말은 형상과 소리, 냄새, 맛, 감촉, 마음의 대상 등의 육경에 집착하지 않고 머물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마땅히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에 응해주면서 머물러 있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이 그 흐름에 들면서도 들지 않는 초과(初果)인 수다원입니다.
그러나 수다원은 그 마음이 어디 머무름이 없는 무아가 되었고 망상이 끊어진 경계에 들어섰지만 그 깨달음의 경지는 아직 완전하지 않습니다. 비유하면 4층 집을 짓는데 겨우 1층을 지은 것에 불과하고, 학교 공부로는 초등학교를 졸업 했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사다함과 아나함과 아라한과의 삼과(三果)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 다음호에 第九 一相無相分 - 깨달음에는 상이 없다. 이어서 연재됩니다.>